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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중 기고] 대한축구협회와 정몽규,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대한축구협회와 정몽규 회장을 표현하는 데 적합하다.

아임뉴스-우리가 언론이다. 시민 기자단! |

한국 축구는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이 사자성어는 두 가지 상반된 뜻이 있다. 하나는 ‘들어갈수록 점점 재미가 있음’이고, 다른 하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하는 짓이나 몰골이 더욱 꼴불견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전자는 한국 축구를, 후자는 대한축구협회와 정몽규 회장을 표현하는 데 적합하다.

 

 

점입가경의 한국 축구

 

K리그를 비롯해 최근 한국 축구는 새로운 황금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K리그(1, 2부 리그)는 두 시즌 연속으로 유료 관중 300만 명을 넘었다. 2023 시즌에 K리그1 마지막 경기인 38라운드에서 300만 명을 돌파했다면, 2024 시즌에는 35라운드에서 300만 명을 돌파했다. 경기 수로 따지면, 2023 시즌 대비 무려 46경기나 빨리 300만 명을 기록했다. 이 수치는 1부 리그 기준 경기당 유료 관중이 1만 명을 돌파한 것으로, K리그가 한국 축구의 근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간 한국 축구에 대해 국가대표팀 경기에는 관심이 크지만 정작 K리그에는 무관심하다는 오랜 비판을 고려하면 이러한 변화는 바람직하다.

 

2024 시즌 K리그에서 최고 흥행구단은 단연 FC 서울이다. FC 서울은 영국 국가대표 출신이자 한때 한국에서 국민 팀으로 불리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의 제시 린가드를 깜짝 영입하면서 그 효과를 톡톡히 봤다. 린가드 효과와 김기동 매직에 힘입어 FC 서울은 지난 시즌 평균 관중이 2만 2천 명을 넘었고, 특히 지난해 5월 울산 경기에 무려 5만 2,600명의 유료 관중이 상암을 찾으면서 한 경기 최다 관중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2025 시즌을 앞두고 FC 서울은 국가대표 출신의 김진수, 문선민 등을 영입했고, 린가드를 새로운 주장으로 파격 선임하면서 대박 흥행은 물론 우승까지 노리고 있다.

 

이 외에도 K리그는 새로운 흥행 요소들이 즐비하다. 그 가운데 K리그 대표 리딩 구단이었던 전북 현대가 자존심 회복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이 손꼽힌다. 2010년대 K리그 최다 우승팀이었던 전북 현대는 지난해 강등 위기까지 겪으며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이에 전북 현대는 과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동했던 거스 포옛 감독을 선임하는 강수를 뒀다. 포옛 감독은 지난해 축구협회의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마지막까지 홍명보 감독과 각축을 벌였다는 점에서 또 다른 화젯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 5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 참가하는 K리그 4개팀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포옛 감독은 올 시즌 전북 현대가 K리그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한국 축구가 K리그를 중심으로 국내적으로 점입가경이라면, 유럽 5대 리그에서 한국 선수들의 활약은 점점 재미를 더하고 있다. 이제는 토트넘을 넘어 프리미어리그 레전드인 손흥민, 세계 최고의 구단으로 불리는 레바뮌 중 바이에른 뮌헨의 주전 수비수인 김민재, 한국에서 나오기 힘든 유형의 미드필더로 프리미어리그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파리 생제르맹의 이강인 등의 활약은 매주 ‘국뽕’을 일으키는 요소다. 여기에 더해 젊은 선수들의 유럽 리그 진출이 눈에 띄는 변화다. 지난해 고등학생 신분으로 강원FC와 준프로 계약을 맺고 K리그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양민혁 선수는 불과 1시즌 만에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토트넘(물론 며칠 전 2부 리그인 QPR로 임대 이적했지만)으로 진출했다. 또 다른 고등학생인 대전하나시티즌의 윤도영 선수가 프리미어리그 브라이튼 이적을 앞두고 있다. 지난 1일, 영국에서 공신력이 높은 '디 애슬래틱'은 조만간 브라이튼이 한국 유망주 윤도영을 영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지금 한국 축구는 국내외·적으로 ‘점입가경’(들어갈수록 점점 재미가 있음)이다.

 

점입가경의 대한축구협회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와 정몽규 회장도 ‘점입가경’(시간이 지날수록 하는 짓이나 몰골이 더욱 꼴불견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역습 축구가 아닌 점유율 축구로 16강을 이뤄낸 뒤 대한축구협회의 행보는 이보다 더 꼴불견이기 힘들 정도다. 2023년 3월 승부조작에 연루된 축구인 100명을 기습 사면한 것에서 시작해 2025년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까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없다.

 

2024년 대한축구협회를 한국 정치의 중심에 서게 한 정몽규 회장은 축구협회장 4선에 도전했다. 2025년 2월 26일로 예정된 이번 회장 선거의 초기 예정일은 지난 1월 8일이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이어진 문체부의 축구협회 감사와 선거 과정에서 빚어진 비리 등에 대한 법정 공방이 이어지며 매우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다. 이에 대한축구협회가 현재 얼마나 점입가경인지 일련의 상황을 먼저 정리할 필요가 있다.

 

▪2024년 11월: 문화체육관광부, 정몽규 회장 등 축구협회 주요 인사들에 대해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하는 감사 결과를 발표함.

▪2025년 1월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이번 선거에 출마한 허정무 전 국가대표 감독이 대한축구협회를 상대로 낸 선거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 결정함.

▪2025년 1월 8일: 초기 협회장 선거일이었으나 법원의 결정에 따라 연기됨.

▪2025년 1월 21일: 대한축구협회,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문체부 특정감사 처분 관련 행정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서를 제출함.

▪2025년 1월 23일: 대한축구협회 선거관리위원회 위원 전원 사퇴함.

▪2025년 2월 3일: 대한축구협회, 이사회를 거쳐 새로운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해 1차 회의를 진행함. 이날 위촉된 선거관리위원은 총 11명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출신 3명, 법조계 3명, 학계 2명, 언론인 3명임.

▪2025년 2월 4일: 대한축구협회 선거관리위원회, 제55대 축구협회 회장 선거를 오는 26일 실시하기로 결정함.

▪2025년 2월 8일: 대한축구협회 선거관리위원회, 축구협회장 선거 장소와 세부 일정 등 확정 예정.

▪2025년 2월 26일: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일.

 

위 사건일지가 정몽규 회장의 4선을 위한 대한축구협회의 치열한 노력을 보여주는 실상이다. 이 실상에서 눈 여겨봐야 하는 부분은 2가지다. 첫째, 축구협회장 선거 자체의 비민주성이다. 현재 대한축구협회 정관에 따른 회장 선거는 사실상 박정희의 유신 시절 체육관 선거와 다를 바 없다. 회장 선출을 담고 있는 정관 제23조의 1항은 다음과 같다.

 

① 회장은 회장선거인단에서 선출되고, 회장선거인단은 100인 이상 300인 이내에서 다음 각 호의 사람으로 구성한다.

1. 제32조에 따른 대의원

2. 선거관리규정에서 정하는 선수 또는 선수였던 사람, 심판, 지도자, 동호인

3. 기타 선거관리규정에서 정하는 자

 

이 23조의 1항에 따르면, 회장 선거의 투표권을 가진 사람은 최소 100명에서 300명으로 구성되며,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제32조에 따른 대의원’은 시도협회, 전국 연맹의 장 및 프로 1부 리그 참가 팀 대표이사들이다. 정몽규 회장은 3연임을 하면서 지난 12년간 회장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이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실제 2016년과 2021년 회장 선거에서 각각 만장일치와 무투표로 재선과 3선에 성공했다. 이러한 이유로 신문선 후보가 “대의원, 임원에 대한 선거인 시스템 속에서 경쟁을 하며 기득권을 갖고 있는 정몽규 후보에게 이긴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결과다. 이 시스템이면 정씨 일가가 100년이라도 계속 회장을 할 수 있다”라고 주장한 것이다.

 

둘째, 축구협회의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의 문제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허정무 후보의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법원은 회장 선거를 관리하는 위원회와 선거인단 구성의 문제를 제기한 허정무 후보의 주장에 동의한 것이다. 다시 말해, 법원은 축구협회장 선거를 위한 선관위가 어떻게 구성됐으며, 추첨으로 정하는 선거인단 구성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등에 대해 확인할 시간도 없이 선거를 진행한 축구협회에 제동을 건 것이다. 이 때문에 초기 예정된 1월 8일 투표가 연기된 것이다. 구체적으로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을 담고 있는 정관 제23조의 8항은 다음과 같다.

 

⑧ 협회는 다음 각 호의 요건을 갖추어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여야 한다.

1. 7인 이상 11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2.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은 이사회의 동의를 받아 회장이 위촉한다. 다만, 회장을 포함한 이사가 제30조에 의한 불신임 의결, 사임 또는 법원에 의한 직무정지 등으로, 이사가 15명 미만이 되어 정상적인 이사회 기능을 수행할 수 없을 때 총회에서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다. <개정 2020.09.22., 2022.01.26.>

3. 협회와 관계가 없는 외부위원(학계, 언론계, 법조계 등)이 전체 위원의 3분의 2 이상이 되도록 한다. <개정 2022.01.26.>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이미 수많은 절차적 하자가 있지만, 축구협회는 처음부터 이 23조의 8항을 따르지 않았다. 지난 23일, 축구협회는 선거 과정의 공정성 논란을 제기하며 전원 사퇴한 선거관리위원회를 새롭게 선출했다. 새롭게 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축구협회는 언론에 "중앙선관위 출신 위원을 다수 포함하고, 언론계 참여 폭도 넓히는 등 최대 11명으로 구성할 예정"이라며 "위원들의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협회가 위원들을 개별적으로 위촉하지 않고 각 분야 관련 단체에 위원 추천을 의뢰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정관 23조 8항의 첫 번째, 세 번째 사항이다. 즉, 처음부터 정관에 의거해 위원회를 구성했다면 위원회가 선거의 불공정성을 제기하며 전원 사퇴하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 국가로 따지면 헌법과 같은 사단법인의 정관을 지키지 않아 문제가 초래된 것이다.

 

정몽규, 축구계의 윤석열?

 

2023년부터 지속되는 축구협회의 행정 난맥상과 이를 대처하는 정몽규 회장을 보면 마치 헌법을 유린하고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에도 문제가 되자 모든 문제는 자신이 임명한 장관과 장군들에게 있다고 오리발을 내미는 윤석열을 보는 듯하다. 비겁하고 무능력한 리더의 전형이다. 공교롭게도 임기가 비슷하게 겹친 윤석열과 정몽규를 보며 두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비겁한 리더다. 윤석열은 조금이라도 언론의 칭찬을 받을 수 있으면 등장했다. 심지어 사실이 아님에도 칭찬을 받고자 포항 앞바다에 유전이 있다며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이처럼 정몽규는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서 여론과 언론으로부터 칭찬을 받을 때는 선수들을 제쳐두고 자신이 중심에 섰다. 그러나 축구협회의 잘못된 행정으로 인해 비난을 받아야 하는 자리에서는 뒤로 숨어버렸다.

 

 

위 두 사진에서 그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벤투호는 16강에 성공했다. 당시 16강 진출이라는 결과보다도 당시 대표팀이 보여준 경기력은 세계 강호들을 상대로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공을 소유하는 공격적인 축구를 선보였다. 이에 많은 축구팬들은 공항에서 벤투호를 열렬히 환영했다. 그러자 정몽규 회장은 그 자리에 빠지지 않고 자신이 그 중앙에 자리했다. 반면, 지난 2024년 아시안컵에서 단연 제1의 우승 후보로 꼽히던 한국은 졸전에 졸전을 거듭하다 결승 문턱에서 좌절하고 돌아온다. 당시 그 입국장에서 정몽규 회장은 보이지 않았다. 자신이 꽂은 클린스만이 실패하자, 언론을 피해 따로 입국한 것이다. 이 얼마나 치졸하고, 비겁한 리더의 행태인가.

 

둘째, 자기 객관화가 불가능한 리더다. 최근 윤석열이 헌법재판소에서 보이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보면 그는 자기 객관화가 아닌 정상적인 인지가 불가능한 환자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이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정몽규 회장도 지난해 스스로 출간한 자서전의 몇몇 대목을 보면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자서전에 포함된 두 가지 대목을 살펴보자.

 

(1) "축구협회장에게 필요한 덕목은 높은 수준의 역량과 도덕성, 인내심, 참을성이다. 월드컵이나 아시안컵 등 주요 대회에서 대표팀이 부진하면 온 국민의 원성을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 어느 종목도 국가대표팀 성적이 나쁘다고 회장 퇴진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이럴 때마다 축구협회장이나 국가대표팀 감독은 '국민욕받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2) "누군가 내 임기 도중 이뤄냈던 업적에 대해 점수를 매겨보라고 한다면 10점 만점에 8점 정도는 된다고 대답하고 싶다. ··· 나는 점수에 상당히 박한 편이라 내가 8점이라고 하면 상당히 높은 점수다."

 

첫 번째 대목에서 정몽규 회장은 지금 자신이 왜 시민들은 물론 축구팬들에게 비판을 받는지 그 이유를 전혀 모르고 있다. 오히려 그 탓을 비난하는 시민들과 팬들에게 돌리고 있다. 그리고 두 번째 대목은 더 가관이다. 지금 자신의 지난 10년의 행정을 두고 어떻게 저렇게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가. 이는 확실히 메타인지, 즉 자기 객관화가 불가능하다는 증거다. 확실히 정몽규도 윤석열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최근 점입가경(시간이 지날수록 하는 짓이나 몰골이 더욱 꼴불견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으로 치닫고 있는 대한축구협회와 정몽규 회장을 보면서 비상계엄(내란)으로 종신 집권을 추구했던 윤석열을 시민들이 막은 것처럼, 4선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있는 정몽규를 축구팬들이 가로막는 게 점입가경(들어갈수록 점점 재미가 있음)의 한국 축구를 살리는 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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