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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박황희, 수박과 리더쉽의 역설, 만약에 그였더라면. . .

3당 합당 후 YS는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라고 하며 자신의 행위에 정당화를 부여하였다. 마침내 그가 집권하자 개혁은 전광석화와 같았다.

아임뉴스-우리가 언론이다. 시민 기자단! 

1990년 1월 22일 민정당의 노태우 정부와 김영삼의 통일 민주당,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은 ‘민주자유당’이라는 신당을 창당하였다.

 

이른바 ‘3당 합당’이다. 이로써 ‘민자당’은 여소야대의 정국 지형을 무너트리고 단숨에 총의석수 299석 중 218석을 차지하는 거대 여당을 탄생시켰다. 야당 지도자가 자신의 정치적 셈법을 저울질하여 정략적 결단을 함으로써 여당의 공동 대표로 탈바꿈하는 건국 이래 초유의 상황이 발생하였다.

 

3당 합당 후 YS는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라고 하며 자신의 행위에 정당화를 부여하였다. 마침내 그가 집권하자 개혁은 전광석화와 같았다. 취임과 동시에 군내 사조직인 ‘하나회’를 빛의 속도로 해체하고 5.18 특별법을 제정하였으며, 전임 대통령이었던 전두환 노태우 등 12.12 군사반란 및 5.18 민주화 운동 진압 관련자를 반란 및 내란죄의 혐의를 들어 즉각적으로 구속하고 말았다.

 

당시 하나회 출신 장성이 ‘무신정변이 왜 일어났는지 아느냐?’며 협박성 발언으로 저항하자 YS는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라며 일언지하에 무시하고 말았다. 그의 이 발언은 세간에 널리 회자 되었던 매우 유명한 일화이다. 뿐만이 아니라 “이 시간 이후의 모든 금융거래는 실명으로만 이루어집니다.”라는 금융실명제 긴급 담화문을 통해 어느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혁명적 결단을 신속하고 과단성 있게 이루어 냈다.

 

‘삼당 야합’과 ‘IMF 외환위기’ 주범이라는 혹독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그는 뚝심과 결단력의 리더십을 소유한 냉철한 정치 승부사였다. 역사에 가정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만약 이 시기에 대통령이 ‘김영삼’이 아닌 ‘문재인’이었다면 과연 이런 일을 해낼 수 있었을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었을 것이다. 하나회 해체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며, 절차적 정당성 논란으로 전두환과 노태우조차도 법정에 세우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다. 금융실명제는 공론에 부쳐 국민적 지지를 얻으려다 결국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을 것이다. 끔찍한 상상이다.

 

혹자들은 ‘수박’들이 문제라고 한다. 인사 추천을 잘못한 측근들과 민주당 수박 의원들의 담합과 내통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지엽적인 문제일 뿐이다. 리더십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대통령제하에서 권력의 정점은 대통령에게 있다. 그가 허수아비나 바지사장이 아닌 담에야 그를 제외하는 장님 코끼리 더듬기 식의 논란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문제는 리더십에 있다. 그간 우리 사회에는 호랑이를 잡기 위해 제 발로 호랑이 굴에 들어가 맨몸으로 호랑이를 들쳐메고 나온 배짱과 담력이 특출난 리더도 있었지만, 집에서 키우던 불독에게 뒷덜미가 물려 개망신을 당하고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예의 신사 웃음으로 표정 관리만 하던 밤고구마 형 리더도 있었다.

 

젊은 날 그렇게도 YS를 미워했었는데, 문재인이라는 ‘방임형 리더’를 겪고 나니 그가 얼마나 위대한 지도자였는지를 새삼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역설적인 일이지만 지난 정부의 리더가 문재인이 아니고 YS였더라면, 윤석렬의 반란은 꿈도 꾸지 못하였을 것이다. 이것은 법과 원칙에 의한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지도자의 리더십의 문제라는 것이다.

 

역사학자들에 의하면 우리 민족은 일본에 무려 780여 차례나 침략을 당했던 반면, 우리가 일본 본토를 침략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이것이 과연 자랑할만한 일인가? 이것이 우리가 진정으로 평화를 사랑하고 원칙을 지켜냈던 민족적 긍지였단 말인가?

 

윤석열에 의해 하루아침에 무너질 원칙을 무슨 대단한 가치라고 ‘절차적 정당성’이니 ‘민주적 원리’이니 하면서 조선 시대 ‘예송논쟁’하듯 허망한 타령으로 임기 내내 허송세월을 하고 말았어야 했단 말인가?

 

아직도 정신 못 차린 민주당은 여전히 ‘문파’가 문제니, ‘명파’가 문제니 하며 계파 싸움에 날 새는 줄 모르고 있다. 어느 쪽이 옳은지는 난 잘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내 당대에 ‘행정부’ 권력과 ‘의회’ 권력과 ‘지방’ 권력까지를 모조리 석권하여 개혁을 완성 시킬 수 있었던 그런 천재일우의 기회는 끝내 다시 오지 않을 것이기에 밥그릇 싸움에 여념 없는 직업정치인들의 몰골이 그저 혐오스럽고 불쾌하기 짝이 없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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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환 기자

시공간 속의 여러 사건과 사고들은 누군가의 매체에서 전달 된다. 그러나 과연 여러 사슬망과 얽혀 있는 기존 매체의 보도 현실에서 정론을 기대할 수 있을까! 아임뉴스는 이 논점에서 부터 시작하는 SNS 매체로서 인터넷 언론 리딩을 지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