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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일반

한국 현대시 400선 이해와 감상

7. 봄은 간다

아임뉴스-우리가 언론이다. 시민 기자단! |

 

7. 봄은 간다

                                               

                                                              -김억

 

 

밤이로다.

봄이다.

 

밤만도 애달픈데

봄만도 생각인데

 

날은 빠르다.

봄은 간다.

 

깊은 생각은 아득이는데

 

저 바람에 새가 슬피 운다.

 

검은 내 떠돈다.

종소리 빗긴다.

 

말도 없는 밤의 설움

소리 없는 봄의 가슴

 

꽃은 떨어진다.

님은 탄식한다.

 

(『태서문예신보』 9호, 1918.11)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최초의 자유시로 평가받는 주요한의 <불놀이>보다도 두 달 앞서 발표되었다. 기존의 신체시에서 지적되는 계몽성을 탈피하여 개인의 주관적 정서를 상징적 수법을 통해 보여 주는 이 작품은 어느 늦은 봄날 밤에, 떨어지는 꽃을 바라보며 느낀 상실의 슬픔을 여성적 어조로 나타내고 있다. 그러므로 정서적으로는 우리의 전통시에 흐르는 애상과 비애를 바탕으로 한 상실과 체념의 미학을 계승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애달픈데’・‘생각인데’・‘아득이는데’・‘슬피 운다’・‘탄식한다’ 등의 주관적 하강의 감정어와 ‘간다’・‘떠돈다’・‘빗긴다’・‘떨어진다’ 등의 객관적 하강의 상태어의 결합을 통해 나타나는 어둡고 침울한 분위기는 이 작품이 암울한 시대 상황을 인식한데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해 준다.

 

시간적 배경으로 설정된 ‘밤’은 당시의 현실을 상징하고 있으며, 계절적 배경인 ‘봄’은 ‘오는 봄’이 아닌, ‘가는 봄’으로서 덧없이 흘러가 버리는 상실의 존재이다. 그러므로 ‘봄밤’은 모든 것을 상실한 고뇌의 현실을 표상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 상황을 치열하게 인식하지 못한 결과, 적극적 행동의 미학이 표출되지 못하고, 수동적인 자세로 탄식하는 데에 머물고 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시행 배열의 규칙성, 대구법의 남발, 의도적인 각운법, 불필요한 이미지의 반복, 감정의 무절제한 표출 등으로 작품의 전체 구조가 약화되었다는 지적도 있지만, ‘새’에다 시인의 감정을 의탁한 감정 이입의 수법과 ‘종소리 빗긴다’에 나타난 공감각적 이미지는 동시대 시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이 작품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