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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물결
-노자영
물결이 바위에
부딪치면은
새하얀 구슬이
떠오릅디다.
이 맘이 고민에
부딪치면은
시커먼 눈물만
솟아납디다.
물결의 구슬은
해를 타고서
무지개 나라에
흘러 가지요……
그러나 이 마음의 눈물은
해도 없어서
설거푼 가슴만
썩이는구려.
(『조선문단』 12호, 1925.10)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자연의 물결과 시적 자아가 갖고 있는 고민의 물결을 대비시켜 “자연의 물결은 저절로 가라앉지만, 고민의 물결은 구원받지 못해 더욱 애태운다.”는 평이한 내용으로, 일제 치하에서 겪고 있는 삶의 고뇌와 절망감을 표현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6・5조의 정형률에 의존하면서도, 마지막 4연의 첫 행은 파격(破格)으로 처리하여 율격적으로 돋보이지만, ‘물결’ ― ‘마음’을 비롯하여 ‘바위’ ― ‘고민’, ‘새하얀’ ― ‘시커먼’, ‘구슬’ ― ‘눈물’의 어휘를 대칭적으로 배열함으로써 자유로운 시상의 전개를 스스로 차단시켜 버린 점은 가장 큰 약점으로 남는다. 4연의 ‘해도 없어서’는 암울한 식민지 현실 상황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이 작품의 동요적 어법과 유아적 상상력은 시인의 저급한 현실 인식 수준과 둔감한 시적 감수성을 짐작하게 해 준다.